2014. 11.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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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마음-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조너선 하이트)



책을 읽게 된 계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내의 언론과 여론은 그에 대해 자극적인 평가만을 내었습니다.

심지어 '21세기 자본 바로읽기'가 '21세기 자본'보다도 먼저 출간되었으니, 그 긴장감은 소스라칠만 합니다.

저는 그 당시에 서점에서 부제인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자극받아 구매했습니다.

똑같이 다들 잘 살자고 하는 이야기인건 맞는데, 왜 이렇게 다르냔 말입니다.




이 책, 추천합니다.



자신의 사상만 내세우고 나머지 사상은 멸절시키는 지성제국주의의 흔적을 이 책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스티븐 베이시)


위의 추천사 그대로 아주 겸손하지만 저자의 생각을 분명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덕 매트릭스(저자는 이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풀이하자면 도덕성을 판단하는 가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란

자율성과 이성의 영역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성이란 개인의 이성보다 직관(감정적인 부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책 중간 쯔음 저자가 잘 이야기해 줍니다.


인문, 철학, 윤리,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학문을 두루 넘나드는 통섭의 책이지만,

뒤로 갈수록 전문적이고 어렵다는 서평을 간혹 보았습니다.

이런 평가에 공감하지만, 결국 저자는 책 마무리에 자신의 생각을 길게 정리해놓았습니다.

독자분들께서는 어려우시겠지만 끈기있게 읽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도 좋고, '조직'이라는 틀에 초점을 맞추어도

이 책은 '왜 우리가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할까?'하는 질문에 어느 정도 혜안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느낀점


나는 이 책이 쓸모 있는 도구가 되어, 한국인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조너선 하이트)



우선, 나부터가 굉장히 편협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코끼리 위에 타고 앉아서, 단순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두 눈이 있고, 두 귀가 있으니 그 사람들 말이 보이기도, 들리기도 할텐데

코끼리 위의 기수였던 나는, 왜 그리도 무지했을까요.

참 무서운 것은, 이렇게 느끼고 알면서도 앞으로도 수없이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반복될거라는 겁니다.


때로는 거기에 무기력함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이 책이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반복일 것'이라고 변명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내 스스로가 지나치게 자율성과 형평성의 도덕 매트릭스만 기준하였던 것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개인의 가치에 대해 높이 평가했던 나머지,

조직이나 그룹, 집단의 가치에 대해서 다소 작게 생각했던 걸 느낍니다.


책에서 설명하듯, 우리는 호모 듀플렉스-이기적이면서 동시에 협력해야하는 인간-이고

또한 우리는 과거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다른 조직을 무너뜨린 구성원의 후예입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협동했어야 했는데, 

서구식의 민주적인 교육을 받고 산업화된 도시에서 사는 부유한 우리들이 점점 '우리' 아닌 '나' 주의로 치달아가는 지금을

경계해야하진 않을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내가 사람을 볼 때도

이미 싫어진 마음의 코끼리를 타고 그 사람을 본 건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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