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사람들이 부산에 놀러오면 잘 지내냐는 말 한 마디 건넨다.
부산에 산다는 건 행운이다.
이따금 지인들에게 부산을 설명해달라는 청을 받는다.
일상 반복에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부산을 알아본 기억이 없다.
며칠동안 눈독 들이다 내용을 훑어보고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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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구(舊)도심과 현(現)도심의 구분이 명확하다.
왜관이 들어섰던 초량/수정동과 매립된 일대, 부산역 부근 그리고 동래와 부산진 근처가 이전 도심이고
서면, 남포동, 해운대 등은 최근 구성된 도심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서면과 남포동 사이의 구 도심은 현 도심의 사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더디다.
이게 불만이었다. 이 곳에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신항 재개발과 재건축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의 시계는 늦다.
근처에서 살다 간 사람은 한결같이 이 곳을 뜨라고 한다.
'여기 역세권이야'
너스레 떨어보지만 여기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저울질 해본다.
이웃공동체가 낯선 나의 세대는 여기가 편하지 않다.
그 흔한 편의점도 없다. 엉켜있는 골목에도 빠진 이처럼 빈 집이 늘었다.
오래된 우리 공장 건물도 허물어졌으니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모르겠다.
사라진 것이 눈에 보이니, 사라질 것에 미련이 남는다.
부두 근처의 이 동네는 조선을 왕래하던 일본객들이 거처로 지내기 위해 급히 매립한 곳이다.
근처에 두오포왜관이 있었으니 그 필요가 느껴진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 부두로 오가는 마부들이 임시로 지은 집과 마굿간이, 해방되면서 졸지에 존치되었다.
얼마 안되 전쟁이 있었으니 이 곳에 남겨진 집과 마굿간에 실향민들이 자리잡았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사진을 좋아하는 난 여기가 좋다.
하물며 바깥 사람들은 어떠랴. 일부러 찾아 오는 사람이 많다.
책은 부산 전역을 소개하고 있지만 내가 사는 곳이라 그런지 더 관심있게 봤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이미 우리 동네에서 마을 활동가들이 자리 잡고있단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시간이 될 때 찾아가봐야겠다.
떠나고 싶다.
일상에 익숙해 하고 싶었던 걸 잊고 살았던지.
사진을 돌아보니 떠나야겠단 바람이 들었다.
떠나자.
우리 동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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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책장에 넣어두었다가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해줘야겠다.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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